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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백] 영화 '포항',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대해
작성자 : 관리자2019-02-27 10:48

영화 '포항'의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포항’이 포항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포항을 배경으로 포항시민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의미 있던 영화 ‘포항’.

그러나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은 영화 ‘포항’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애도의 편지이자, 그리움 가득한 연서’라 말했다.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포항’이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이번 시사회에는 200여명의 포항시민이 찾아 영화 ‘포항’을 감상하고 감독, 배우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시사회를 직접 찾았다.

 

영화는 구룡포 한 포구에서 펼쳐지는 고래 해체작업으로 시작됐다. 연수는 멍한 눈빛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수의 눈빛과 죽은 뒤 피를 흘리며 또 한번 죽고 있는 고래의 눈빛이 교차돼 스크린에 번졌다. 그 쓸쓸한 눈빛 뒤로 비릿한 날 것의 포구, 구룡포가 스쳤다. 살아가기 위한 삶의 처절함으로 만들어진 바닷마을은 투박하지만, 특유의 따뜻함이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살아갈 희망을 잃은 연수는 구룡포의 작은 조선소에서 유령처럼 살아간다. 영화는 슬픔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그의 시선을 묵묵히 따라간다.

실종된 아버지와 아들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연수는 표류하는 듯한 삶의 궤적 속에 점점 지쳐간다. 그런 연수의 모습은 마치 그의 아버지가 좌표를 잃고 바다의 어느 한 지점에서 실종된 것처럼 불안정하다. 남자는 땅에 발을 디디고 있음에도 마치 유령처럼 살아간다. 그의 숙련된 노동솜씨를 아까워하는 주변에선 그에게 이런 저런 제안을 하지만 남자는 관심이 없다.

 

어느 날부터 남자는 아버지를 담은 큰 더미를 만들어 바다에 던진다. 마치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의식처럼 그는 더미가 바다에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함께 만들어 가져갔던 작은 더미는 떠나보내지 못한다. 실종된 아버지는 떠나 보낼 수 있지만, 함께 실종된 자신의 아들은 그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슬픔을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까. 삶은 슬픔과 행복의 교차라 했지만,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을 목도한 이에겐 삶의 행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슬픔을 받아들이던 그 시간 속에서 연수는 자신이 한 아버지의 아들이자, 한 아들의 아버지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 ‘포항’은 별다른 사건 없이 매일 반복되는 노동과 가난의 흔적을 긴 호흡의 화면에 담았다. 사건의 반복보다, 관찰자의 시선이라는 화법을 택한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은 서사를 지녔지만, ‘그리움의 메타포’, ‘한의 정서’를 담아내며, 사랑하는 이를 잃어봤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영화는 그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 감정의 깊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그저 그 슬픔을 온전히 토해낼 때까지 바라바주는 방법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는 연수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동생 연근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 혜련, 조선소 사장, 연수의 옛 직장 상사인 여사장 등의 인물들은 작은 서사 속에서도 빛났다. 아버지와 조카를 잃은 동생 연수는 온전히 슬픔에 빠져 있는 형이 답답하기만하고, 그 슬픔에서 벗어날 방법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라 생각해 형에게 “아버지 배 팔자”고 말한다. 신비의 여인 혜련은 연수의 마음을 읽어내듯, 그가 다시금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조선소 사장, 연수의 옛 직장 상사인 여사장은 평범한 포항시민들로 살아있는 사투리,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90여분의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긴 여운으로 저마다,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다. 이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위해 모현신 감독과 연수 역의 고관재, 연근 역의 홍서백, 혜련 역의 최현아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1시간동안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들은 친절하지 않은 서사 속 숨은 이야기를 감독과 배우들을 통해 들었다.

모현신 감독은 “영화 ‘포항’은 따뜻한 마음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현실을 오롯이 담아내며 가공보다는, 기록으로 소박하게 작은 세계를 담아냈다.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그 아이를 잃는다는 슬픔이 어떤 것일까. 그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 대해 그려내고자 했다”고 영화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연수 역을 맡은 고관재 배우는 “연수는 자신의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남자”라며 “아려오는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연수를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본 중학생 김민서(15) 양은 “아들과 부모를 잃은 연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마음에 남았다”며 “할머니댁이 구룡포인데 영화 배경으로 나와 반가웠다”고 말했다.

 

영화 ‘포항’은 3월과 4월 인디플러스 포항을 비롯 전국독립영화전용관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 기자]

<사진 출처> 경북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