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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태] 허대리의 슬기로운 배우생활
작성자 : 관리자2017-11-30 11:12

티브이데일리 포토


모 대기업의 말년차 대리였던 허성태. 그는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하며 기적처럼 배우가 됐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매주 같은 요일에 쉬고, 매달 같은 날짜에 급여를 받던 허대리는 무엇 하나도 예측할 수 없는 '배우 생활'을 5년째 헤쳐나가고 있다.


허성태는 28일 밤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연출 김영균) 에서 조갑수(전광렬)의 심복인 백상호 역을 맡았다. 백상호는 조갑수의 온갖 악행을 덮어주다, 동생 백민호(김권) 사건에 휘말려 조갑수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


허성태는 백상호의 죽음을 끝으로 조금 일찍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이른 하차에 아쉬움은 없다는 허성태는 "의도했던 백상호 캐릭터의 역할이 거기까지였던 것"이라며 "이렇게 제 하차를 아쉬워해주시니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성태는 악역 백상호와 동생 백민호의 스토리가 가슴 아프게 보일 수 있도록 백상호를 안쓰러운 악역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는 "백상호는 나름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이 백상호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백상호 캐릭터에 대한 이러한 의도에는 허성태와 '마녀의 법정' 제작진의 뜻이 모였다. 허성태는 "의미 없는 죽음은 싫었다. 악행을 하면서도 사연이 있는 듯한 작은 눈빛 하나라도 쌓여서 나중에 백상호가 동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죽었을 때 그것이 합당해 보이길 바랐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공감할 것이라는 생각이 제작진의 생각과 일치했다"며 "차가우면서도 그 속에 있는 상처 같은 게 드러날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백상호 뿐만 아니라 올 초 케이블TV OCN 드라마 '터널'의 연쇄살인마 정호영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남한산성' '범죄도시' '부라더' '꾼' 등 다양한 영화에서도 활약하며 호평을 얻었다.


여러 작품을 하는 동안 허성태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졌다. 그는 "더 많은 분량이나 과하게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은 가지지 않는다. 다만 내 역할은 100% 해내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특히 '범죄도시'에서 맡았던 독사를 예로 든 허성태는 "독사가 어이없이 죽어야만 윤계상 씨가 맡은 인물의 악한 캐릭터를 대중에게 인식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침 뱉는 부분, 뺨 때리는 부분, 라면을 먹던 상을 치는 부분 중 하나의 액션이라도 빠졌다면 관객들의 지금 같은 반응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내 역할을 잘 수행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늘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자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내고 있는 허성태. 순간적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그의 연기에는 어설픔이 없고, 노련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정작 허성태가 연기자로 살아온 시간은 5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서른다섯살이 돼서야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그 전까지 연기를 공부한 경험도 전혀 없었다.


배우가 되기 전 허성태의 삶은 평범했다. 부산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 해외마케팅부에 입사해 회사 생활을 했다. 그러다 거제도에 위치한 조선소로 이직을 했고, 대학 시절부터 만난 아내와 긴 연애 끝에 결혼도 했다. 과장 진급을 앞두고 승진 걱정까지, 허대리의 일상은 평범했다.


"제 목표는 효도 외에는 없었어요. 부모님이 바라시는 것처럼 돈 잘 벌고, 결혼하고, 애기 낳아서 잘 키우고, 그런 것들요. 다들 이렇게 사는 거구나.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 뿐이었어요."


안정적이었던 정규직의 삶은 꿈을 찾아가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삶으로 변화했다. 그 시작은 배우를 선발하는 SBS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이었다. 허성태는 "부산 지역 예선에 지원했다. 반은 장난이었다. 그런데 다들 나보고 재능이 있다고 하고, 다음주에도 또 오라고 하니까 고민이 되기 시작하더라. 성격상 지기 싫어하고, 주어진 일을 대충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매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적의 오디션'은 평범했던 허대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부산 지역 예선 참가자 중 나를 포함해 열다섯명이 남았다. 그러더니 서울에 가서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연기에 전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효도를 하고 싶었던 허성태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써야 했다. 그는 "울기도 많이 우셨다. 엄마 앞에서 연기도 보여주고, 술 먹고 얘기도 해봤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던 과정도 덤덤하게 털어놨다. 그때 허성태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시도를 못 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쉽게 고민이 끝났어요. 다들 제가 재능이 있다고 인정을 해주시니까 생각이 확 바뀌더라고요. 이미 늦은 나이인데 지금이라도 한 번 해봐야 후회가 없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연기를 하다가 그만두게 되더라도 다른 일을 해서 먹고 살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 믿음이나 각오가 있어서 연기자로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연기 수업을 받고, 다양한 작품을 만나 현장에서 연기를 익힌 허성태. 그는 "이제 연기에 대한 개념은 잡혔는데, 연기라는 게 알면 알수록 무서워지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남한산성'을 촬영할 때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고. 용골대 역을 맡았던 허성태는 "만주어라는 생소한 언어에 정서를 얹어야 했다. 게다가 이병헌 선배님한테 감정도 전달해야 했다. 내게는 그게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대리가 되려면 보통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대리에서 과장이 되려면 4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평범한 회사원들은 그 직급 즈음에 가장 많은 실무를 떠안게 된다. 6년차에 접어든 허성태의 배우 생활도 직급으로 보자면 대리에서 과장으로 넘어가는 즈음에 있다. 그리고 그는 '터널'부터 '마녀의 법정', 최근 촬영에 한창인 '창궐'까지 쉴틈 없는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터널' 정호영, '마녀의 법정' 백상호, '남한산성' 용골대, '범죄도시' 독사, '부라더'의 스님이 같은 사람이었냐고 묻는 댓글을 볼 때 참 좋다"는 허성태. 이제 그에게는 '허배우'라는 말이 자연스러워보였다.



[TV데일리 - 오지원 기자(news@tvdaily.co.kr)]
<사진 제공> TV데일리 - 조혜인 기자